2025년 상법 개정안, 무엇이 달라질까?
2025년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 권익 보호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소액주주 권익 강화, 기업의 투명한 운영, 디지털 시대에 맞는 주주총회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투자자라면 꼭 알아야 할 4가지 핵심 내용을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자.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된다
이번 상법 개정안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바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이사가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만 의무를 다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회사와 주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쉽게 말해 이사는 경영 결정을 할 때 회사 이익뿐 아니라 주주의 이익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 조항은 특히 소액주주 보호에 힘을 실어준다. 그동안 일부 대기업에서는 대주주 중심의 경영으로 소액주주의 이익이 무시되거나 불공정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었다. 앞으로는 불공정한 합병, 쪼개기 상장 등에서 소액주주의 이익도 중요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다.
다만 재계에서는 이 규정이 소송을 늘리거나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법안은 ‘전체 주주’가 아닌 ‘주주’라는 표현을 사용해 과도한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일부 제한했다. 이 조항은 공포 즉시 시행되며, 기업의 경영 기준이 한층 엄격해질 전망이다.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디지털 시대에 맞춘 변화
상장사, 특히 자산 2조 원 이상 대기업은 이제 전자 주주총회를 의무적으로 열어야 한다. 즉, 현장 주주총회만 열던 방식에서 벗어나 온라인으로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전자 주주총회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거리가 멀거나 일정이 맞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던 주주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늘어나고, 기업도 보다 투명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시스템 구축 비용과 보안 문제는 기업의 새로운 과제가 될 수 있다. 전자 주주총회는 2027년 1월부터 시행되며, 그 전까지 준비 기간이 주어진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3% 룰 확대
상법 개정의 또 다른 핵심은 바로 감사위원 선출과 관련된 ‘3% 룰’이다. 기존에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했지만, 이번에 그 범위가 더 강화됐다.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출할 때도 동일하게 3% 룰이 적용된다.
이는 대주주가 감사위원 선출에 과도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감사위원은 회사의 회계나 경영 상황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독립성과 공정성이 중요하다. 이 룰 덕분에 소액주주도 감사위원 선출 과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고, 기업의 회계 투명성과 공정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대상을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늘리려 했지만, 기업들의 반발로 이 부분은 보류되었다. 그럼에도 이번 개정으로 감사위원의 독립성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에서 독립이사로, 명칭과 역할 강화
이번 상법 개정으로 ‘사외이사’라는 명칭이 ‘독립이사’로 바뀐다. 이름이 바뀐다고 큰 변화가 있을까 싶지만, 사실 이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더욱 투명하게 만들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다.
독립이사는 대주주나 경영진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중요해지면서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명칭 변경과 함께 독립이사의 권한과 책임도 앞으로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명칭 변경 외에 실질적인 권한 강화 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어, 앞으로 추가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법 개정이 주는 의미와 투자자가 알아야 할 점
이번 상법 개정은 소액주주의 권리를 지키고, 기업 경영을 보다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감사위원 3% 룰 강화, 사외이사 명칭 변경 등은 모두 주주가 기업 경영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소송 리스크나 경영 위축, 행동주의 펀드의 과도한 개입 등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법의 취지가 잘 지켜지고 기업과 주주 모두가 균형 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보완책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투자자라면 상법 개정안의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와 주주총회 운영 방식 등을 미리 점검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전자 주주총회 등 새로운 제도를 잘 활용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보자.
앞으로의 기업과 투자 문화가 더 건강하고 투명해지길 기대한다.